15. 12. 


카즈윈 수음 썰




뜨겁다 싶은 물이 어깨 위로 쏟아졌다. 찬 공기가 퍽 놀랐는지 허연 김을 쏟아내어 욕실 안은 금세 수증기로 뒤덮였다. 하. 차가운 거울에 이마를 기댄 카즈윈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는 한 번 세수를 했다. 


한켠에 스물스물 피어오른 욕망이 좀체 가시질 않는다. 이마를 거울에 두어 번 더 퉁퉁 부딪힌 카즈윈이 고개를 숙였다.


굳은살 박힌 사내의 손이 제 페니스를 쥐었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은 자세는 마치 이제부터 지을 죄를 미리 사죄하는 양이었다. 한 손은 벽을 짚고, 고개를 숙인 채 카즈윈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흣... 하. 으.... 


벽을 짚은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갈 때마다 남자의 입에서 숨이 새었다. 몸에서 피는 수증기보다 더 짙은 숨이었다. 잔뜩 죽인 숨소리가 살갗을 부비는 소리에 섞인다. 찡그린 미간 아래 벌어졌던 입이 이내 입술을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붉은 혀. 짓눌렸던 입술을 쓸어올리고. 다시 내리누르고. 부푼 페니스가 손 안에서 앞뒤로 흔들릴 적마다 저릿저릿 허리로 쾌감이 타올랐다. 척추를 타고 전해지는 쾌락의 절반은 죄악감이다.잔뜩 성이 나 부푼 페니스 끝을 천천히 문지르며 카즈윈은 낮게 신음했다. 목 안으로 그렁거리는 소리는 차라리 짐승에 가까웠다. 느릿하게 손끝으로 귀두 끝을 부비면서 쾌락을 즐기다, 긴 숨을 뱉는다. 열 섞인 숨이 수증기에 섞인다.


으.., 하. 씁.... 


짧은 신음. 울컹 프리컴을 토해낸 페니스가 움찔거렸다. 제 것을 흔드는 손길이 빨라지며 사내의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하. 하... 윽, 흣... 아. 아윽. 


억지로 목 뒤로 짓누른 열락이 눌린 호흡으로 터져나온다. 점점 하얗게 지워지는 눈앞으로 당신의 모습만 둥실둥실 떠올랐다. 몸을 두들기는 물소리가 귀 뒤로 멀어진다. 


아. 아... 아. 아윽! 


외마디 소음과 함께 젖은 근육이 움찔 경련했다. 작게 핏 소리가 난 것 같았다.


하... 하아. 하... 


허벅지 위로 아무렇게나 놓인 제 손 위로 하얗게 쏟아진 액체를 본다.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자 천천히 모든 소리가 되돌아왔다. 머릿속을 헤집은 쾌락에 조금 눈앞이 어지러웠다.


카즈윈은 조금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눌려 있던 무릎과 발끝이 뒤늦게 아프다. 손을 씻어내리고, 몸을 씻으며 거울을 닦았다. 들뜬 얼굴은 금세 다시 수증기에 뒤덮힌다. 얼굴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세수를 한다.쏟아낸 정액은 뜨거운 물에 섞여 하수구로 흘러들었으나 머릿속에 남은 당신의 음란한 모습은 씻기질 않는다. 아니, 씻기지 않는 것은 그런 것을 그리는 자기 자신의 음욕이다.


몇 번이고 얼굴을 씻는 남자의 한숨이 흰 거품과 함께 수챗구멍으로 흘러내렸다.





블로그 이미지

ㅅ신

,